작가노트
S.M. #001 (2008년 여름, 부츠컷) : 시간의 흔적 — 섬유 마모로 인해 해져서 착용 불가
J.R. #002 (2012년 여름, 스키니) : 신체의 축소 변수 — 신체 사이즈 변화로 인해 작아서 착용 불가
F.G. #003 (2010년 가을, 카고) : 성장의 기록 — 성장에 따른 사이즈 변화로 작아져서 착용 불가
G.F. #004 (2010년 겨울, 스키니 어두운 색) : 치환의 욕망 — 새 옷이 생기면서 기존 제품 대체
N.D. #005 (2011년 봄, 일자 밝은 색) : 영구적 훼손 — 얼룩이 지워지지 않아 기능 상실
K.P. #006 (2007년 봄, 부츠컷) : 가치 전복 — 스타일(유행)이 변하여 선호도 하락
C.E. #007 - #009 (2009년 – 2011년, 일자, 통, 부츠컷 총 3벌) : 신체의 확장 변수 — 신체 사이즈 변화로 인해 커져서 착용 불가
이 프로젝트는 일곱 명의 사람에게서 수집한 아홉 벌의 청바지로부터 시작됐다.
각 옷에는 시간의 흐름, 신체의 변화, 유행의 이동 같은 개인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 옷들이 더 이상 입히지 않게 된 이유들,그 모든 ‘버려진 이유’는 결국 누군가의 삶과 감정이 멀어지는 과정이었다.
나는 이 ‘이유’들이 단순히 기능의 상실이나 외적 변화로만 보이지 않았다.
그 안에는 사랑이 멀어지는 순간들이 있었고, 또 우리가 ‘쓸모’라는 기준으로 관계를 재단하며 살아가야 하는 사회의 질서가 숨어 있었다.
그래서 ‘버려진 이유’는 나에게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사랑의 위계이자 쓸모의 질서처럼 느껴졌다.
나는 아홉 벌의 청바지를 해체하고, 그 조각들을 하나의 자전거 위에 다시 엮었다.
차가운 금속의 몸 위에 따뜻한 천의 피부를 입히는 행위 그건 단순한 조형이 아니라, 버려진 존재에게 온기를 돌려주는 의식 같은 일이었다.
그렇게 완성된 Jean9 Bike는 소유와 소비의 경계를 넘어, 버려진 것들의 고백을 품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제 이 자전거는 더 이상 이동의 도구가 아니라, 사랑의 흔적이 다시 달리는 하나의 매개체가 되었다.
“무엇이 진정으로 소유되고, 어떻게 사랑받을 수 있는가.”
이 질문은 물건에 대한 것이 아니라, 관계와 존재, 그리고 내가 살아가는 세계의 구조에 대한 질문이었다.
이 작업은 스무 살이던 내가 세상과 맺은 첫 대화이자, 버려진 모든 존재에게 전하고 싶은 조용하지만 단단한 자존감의 선언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도 여전히 나를 지탱하고 있는‘함께 나아갈 용기’에 대한 메세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