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1970년대에 준공된 아파트에서 약 20년동안 재건축 이슈를 마치 공기처럼 여기며 살아온 일상이 이 작업의 출발점이다.
재개발은 한 사람에게 삶의 터전이 바뀌는 굉장히 큰 사건이자 가장 극단의 수동적 체험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자발적인 선택에 의한 공간을 갖추기 위해 건축을 공부하게 되었고,
막연하게 느껴왔던 일상 속 문제들을 좀 더 구체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2016년, 건축가 윤경숙, 차주협과 함께 문화예술단체 '골목길' 활동을 하며 안양 구도심을 답사하고
기록했던 경험이 현재 프로젝트의 직접적 계기가 되었다.
지역 곳곳을 답사하고 기록하면서 자연스럽게 도시형태에 대한 관심이 깊어졌고, 구도심의 실체를 기록하는 일에 매료되었다.
이러한 활동을 기반으로 2017년 지역 청년들이 결성한 문화예술 플랫폼 '주밍안양'에 합류하여
'구의 도시'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첫 사진 연재를 시작했다.
작업의 분류와 가시화를 위해 그라폴리오에 연재를 시작했고, 2018 네이버 그라폴리오 사진창작지원 프로젝트 선정을 통해
본격적으로 프로젝트의 골격이 구체화되었다.
2019년에는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APAP6 - 공생도시〉의 지역 초대작가로 선정되어 안양예술공원에서 전시되었다.
구도심을 촬영하는 일은 특별한 연출 없이, 그저 일상적으로 경유하는 생활 반경을 따라 트레이싱하는 일이다.
도시가 마주한 한순간의 풍경, 그 자체의 정직한 기록이자 증언이다.
하지만 그렇게 기록된 구도심의 사진은 '늘 곁에 있던 존재'라는 일상의 틈에 균열을 만든다.
그 균열은 재개발이라는 현실에서 비롯된다.
늘 곁에 있을 것만 같던 구도심은, 재건축과 재개발을 통해 당연하지 않은, 사라지는 존재로 변해간다.
'구의 도시' 프로젝트는 익숙했던 건축물둘을 다시 바라보게하고, 그 안에서 우리의 기억과 시간을 되새기게 만든다.